두꺼비 건강칼럼

성분도 모르는 한약?

두꺼비 한의원 2023. 4. 24. 13:49

많은 수는 아니지만 한약에 대해 불신을 가진 분들이 계신거 같습니다.

여러 이유로 불신을 가지고 계시겠지만 '성분도 모르는 한약'이란 말씀은 공통적으로 하십니다.

 

물론 한약은 양약과는 달리 단일 성분의 약이 아니라 자연물을 추출한 것이기에

아직 미지의 성분이 소량있을 수는 있습니다.

다만 오랜 세월 동안 (주로 한국, 중국, 일본에서) 한약재의 성분과 효능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웬만한 약재들의 주요 성분은 밝혀진게 사실입니다.

(이런 연구 과정 속에서 근대 이전엔 쓰였지만 오늘날엔 안쓰이게 된 한약재들도 적지 않습니다.)

때문에 여러가지 성분이 있는건 사실이지만 성분도 모른다는 건 잘못된 인식입니다.

 

제 모교 예방의학을 담당하셨던 교수님은

서울대 약대를 나오시고 미국 Georgia 주립대에서 toxicology(독성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신 분인데

첫 수업 시간에 하신 말씀이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The dose makes the poison.' (용량이 독을 만든다; 즉 중요한건 용량이다)

독성학의 기본 전제는 어떤 성분이 독성이냐 무독이냐가 아니라

어느 정도 용량까지는 인체에 이롭거나 무해하지만

적정 용량을 초과해서는 독이 된다는 말입니다.

 

일례로 XX는 우리 생명 유지에 필수적이지만 과도하게 섭취하면 독이 된다.

여기서 XX를 물로 해도 좋고 쌀밥으로 해도 좋습니다.

뭐든 過猶不及입니다.

 

때문에 한약재에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성분이 극소량있다고 쳐도 그건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단일 성분 약이 우리 몸에 빨리 흡수되어 혈중 농도가 급격하게 상승하므로

좋든 나쁘든 우리 몸에 충격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를 비유하자면

사탕수수등을 정제해서 만든 설탕보다는 쌀이,

도정을 많이 한 백미보다는 현미가

우리 몸에 흡수가 더 느려서 혈당을 좀 더 천천히 올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제해서 이물질을 줄이고 당분만이 남을수록 혈당을 더 급격하게 올려 우리 몸에 충격을 줄 수 있는 것이죠.

전자일수록 불순물이 제거된 당분이지만 불순물이 포함된 후자가 우리 몸에 더 안전하고 이로운 것입니다.

 

모르는 성분들을 섭취하는 것보다 단일 성분을 섭취하는게 낫다라는 논리라면

열량을 얻기 위해서 밥을 먹는 것보다는 정제된 설탕을 섭취하는게 낫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성분을 중시하는 분들 중에선

여러 음식을 골고루 섭취해서 몸에 필요한 영양소들과 미량 원소를 얻는 것보다는

대충 드시고 영양제에 의존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어찌보면 가치관의 차이같기도 합니다.

화학적으로 합성한 단일 성분 약재 vs 자연물에서 추출한 한약

정제된 설탕, 영양제 vs 자연에서 채취한 동식물을 요리한 음식

 

하지만 가치관의 차이를 떠나서 독성 여부에서 중요한것은 용량이기 때문에

단일 성분을 섭취하는 것은 우리 몸에 급격한 변화를 유발해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은 독성학의 기본 전제입니다.

물론 중한 병엔 우리 몸에 빨리 흡수되는 강한, 단일 성분 약을 복용하는것도 필요하겠지만

소소한 잔병이나 일상적인 건강관리에 있어서는 후자가 낫다고 봅니다.

 

한약은 여러 성분들이 섞여있어서 위험한게 아닙니다.

여러 성분들이 섞여있기 때문에 안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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