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 건강칼럼

진료의뢰서의 위력

두꺼비 한의원 2023. 3. 27. 16:32

지난 달의 일입니다.

 

가끔 어깨나 허리 통증으로 침치료를 받으러 오시는 환자분께서 오랜만에 방문하셨습니다.

발음이 어눌해졌다고 이상하다고 오셨죠.

 

말할 때 무슨 말을 할지 생각은 잘 나는데 발음하기가 어려우며

얼굴이나 손발의 마비감은 없었습니다.

 

일단 침치료 하며 베드에 누워계신 동안

뇌의 문제 의심되어 이학적 검사를 해보니

Babinski 검사 상 좌측+, 우측-

(발바닥을 자극했을 때 발가락이 배굴되면 비정상)

양측 pupil reflex 소실

(눈에 pen light를 비춰 눈부시게 했을때 들어오는 빛의 양을 줄이기 위해 동공이 좁아자는 반사)

 

중풍의심되어 영상의학적 검사 필요하리라 사료되어 바로 진료의뢰서 작성.

침 치료 후 가까운 신경외과 추천해드리며 병원 가서 검사받아보시도록 했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다시 내원하셨는데

근처 큰 병원(S의료원)에서 뇌경색 진단받았다고 하셨습니다.

다행히도 말이 약간 느려지신것 말고는 후유증 거의 없으십니다.

 

환자분께서 너무 고맙다며 딸기 한박스(너무 많아서 jam으로 만들까 고민 중) 사오셔서 하시는 말씀이

병원 응급실 갔더니 다들 심각해보이는 환자들이고 환자 보호자들 말씀이 8시간씩 기다리는건 예사라고...

본인이 멀쩡하게 걸어갔고 얼굴 등 눈에 보이는 마비 증상도 없으니 후순위로 밀려날 처지였는데

다행히 가져간 진료의뢰서 덕분에 응급실에서 바로 뇌 검사 의뢰하여 검사받고

뇌경색 진단받아 3일간 약물 치료(항응고제 등) 받으신 뒤 별 후유증 없이 축하받으며 퇴원하셨다고 합니다.

 

 

이것이 진료의뢰서의 힘입니다.

혹시라도 종합병원급에 가서 검사받아야할 거 같더라도 바로 가지 마시고

일단 가까은 의원급에 들러서 진단받고 가시는게 좋습니다.

의원급에서 무슨 무슨 질병이 의심되어 무슨 과에 가서 진료받는게 좋으지 진료의뢰서를 써드리면

병원급에서 접수할 때 어느과로 접수할지 고민할 필요도 없으시고 

진료받으실 때 후순위로 밀리는 것도 피하실 수 있습니다.

 

ps-물론 환자분이 의식이 없는 상태거나 크게 다쳐 누가 봐도 중환자인 경우엔 바로 응급실 가시는게 좋습니다.

 

ps2-의원에 와서 진료도 받지 않고 무작정 진료의뢰서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냥 아무렇게나 진료의뢰서를 쓸 수 있는게 아닙니다.

'무슨무슨 증상이 있어 무슨무슨 질환 의심되어 무슨무슨 과 진료가 필요하리라 사료된다' 정도의 내용은 들어가 있어야합니다.

백지수표처럼 아무 내용없는 진료의뢰서 들고 가봤자 해당병원 원무과에서는 어느 과로 접수시킬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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