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를 하다보면 삭맥(數脈; 빠른 맥)인 분들이 꽤 많습니다.
혈압, 특히 최저혈압이 약간 낮은편인데 맥이 빠른 분들 중 저염식을 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건강을 위해 저염식을 하시겠지만 과연 저염식이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는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있습니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좋지 않다는 말이죠.
과거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증조할아버지, 증조할머니와 그 이전 세대에는 염분 섭취량이 높았습니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이라 해물이든 채소든 뭐든 소금에 절여서 보관하는게 일반적이었죠.
다양한 종류의 젓갈과 김치가 냉장고 없던 시절의 산물입니다.
과도한 염분 섭취는 위염이나 고혈압을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혈압이 너무 높으면 혈액을 필터링해서 소변으로 배출시키는 신장에 부하가 걸려 신장에 damage를 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심장 자체에도 부담이 되고 뇌출혈 등의 위험성도 증가하죠.
하지만 소금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mineral 중 하나입니다. 무조건 피하는게 능사가 아니라는거죠.
특히 격렬한 운동으로 땀을 많이 흘렸을 때는 그 갈증을 맹물로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땀으로 나가는 물은 맹물이 아니고 짠물인데 맹물을 마시면 우리 몸의 체액 전해질 농도가 낮아(묽어)집니다.
우리 몸의 항상성이 깨어지는 것이죠.
스포츠 선수들이 생수가 아닌 이온 음료를 마시는게 바로 이 때문입니다.
단지 땀을 많이 흘렸을 때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몸은 항상성 유지를 위해 염분을 섭취해 전해질 농도가 올라가면 수분 배출을 줄이고
반대로 전해질 농도가 낮으면 수분을 배출합니다.
물론 전자의 경우 혈압이 올라갈 수도 있지만 혈압 역시 무조건 낮은게 좋은게 아니라 적정 혈압을 유지하는게 중요합니다.
단정 지어 말씀드리자면, 고혈압을 가진 분들이 아니라면 일부러 저염식을 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적정량의 염분을 섭취해야 우리 몸에 수분이 남아있게 되니
염분 섭취를 제한하면 우리 몸의 수분은 빠져나가 몸이 건조해집니다.
저염식 하시는 분들 중 피부가 건조해 고통받고 계신 분들은 한번 따끈한 순대국밥에 소금 넣어서 드셔보세요.
윤기가 생길겁니다.
앞서 제가 혈압이 너무 높으면 신장에 damage가 갈수도 있다고 말씀드렸죠?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신장은 영양혈관과 기능혈관이 같습니다.
잠깐 설명드리자면, 영양혈관은 세포에 영양과 산소 등을 공급해주는 혈관이며
기능혈관은 그 장기의 기능과 관계된 혈관입니다.
심장을 예로 들자면,
심근에 혈액을 공급해주는 관상동맥이 영양혈관이며
대동맥, 대정맥, 폐동맥, 폐정맥 등이 기능혈관입니다.
신장은 같은 혈관에서 영양과 산소 공급도 받고 바로 그 혈관을 흐르는 혈액을 필터링해서 소변을 방광으로 보냅니다.
때문에 혈압이 너무 낮은 경우 신장으로 가는 혈류량이 감소하여 신장 기능이 약해줄 수도 있습니다.
뭐 이게 그리 큰 damage는 아니겠지만 중요한건 우리 몸의 여러 호르몬들을 생산하는 부신이 신장과 혈관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신장으로 가는 혈류량이 감소하면 부신으로도 혈액이 덜 가게 됩니다.
그럼 자연히 부신피질 호르몬 생산이 감소하게 되겠죠.
한의학에서 몸이 피로하고 무기력한 증상에
인삼, 황기, 백출 등을 쓰는 비기허(脾氣虛; 비장은 비위 즉 소화기계의 통칭)와
숙지황, 산사, 복령, 택사 등을 쓰는 신허 혹 정허(腎虛 或 精虛; 신장은 비뇨생식계의 통칭)를 구분해서 각기 다른 치료약을 쓰는게 바로 이 때문입니다.
신허 혹 정허에 쓰는 약엔 반드시 복령 저령 택사 등 소변 배출을 돕는, 신장으로 가능 혈류량을 늘려주는 약재들이 들어가있습니다.
저염식 덕분에 혈압이 낮았던 분들은 염분 섭취를 조금 늘리시면
혈압이 약간 올라가고
덕분에 보상기전으로 부족한 혈액을 많이 돌리기 위해 빨리 뛰었던 심장이 덜 일하게 되니 스트레스도 덜 받습니다.
체액량이 증가하니 피부와 점막에 윤기가 도는게 느껴지고
신장과 부신으로 가는 혈류량이 증가해서 무기력증도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제 정리해드리겠습니다.
평소 염분 섭취가 많은 분들 젓갈과 라면이나 찌개의 국물을 많이 드시는 분들,
특히 혈압이 높은 분들은 염분 섭취를 줄이도록 신경쓰실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혈압이 높지 않은 분들은 굳이 일부러 염분 섭취 자체를 두려워하거나 기피할 필요가 없습니다.
과유불급은 세상사의 진리입니다. 뭐든 과하면 안좋고 적정 수준을 유지하는게 중요합니다. 우리 몸도 그러합니다.
건강을 위해 저염식한다지만 소금 역시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존재입니다.
소금과 너무 가까이 했던 분들은 약간 멀게, 너무 멀게 지낸 분들은 좀 더 가깝게 지내시는게 좋습니다.
보다 나은 삶을 권해드립니다.
I offer you a better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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