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 건강칼럼

차 이야기

두꺼비 한의원 2012. 6. 1. 16:29

 

두꺼비 건강 칼럼

茶 이야기

(빈속에 녹차 마시지 맙시다.)

 

영미권에서는 French Paradox라는 말이 있다. 프랑스인들은 고지방, 고단백질 식단에다가 과식까지 하는데도 심혈관계 질환 발생률은 오히려 영미권에 비해 낮은 편이라는 데서 나온 말이다. 이는 치즈 등의 발효식품과 느끼한 음식 맛을 중화시켜주는 떫은 포도주를 함께 곁들이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서양에 French Paradox가 있다면 동양에는 Chinese Paradox가 있다. (물론 이 말이 일반적으로 쓰이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만든 말이라고 해도 할 수 없다.) 중국인들은 프랑스인들처럼 요리를 좋아하고 많이 먹는다. 요리할 때 보통 돼지기름을 많이 써 음식이 전체적으로 느끼한 편이며 고지방, 고칼로리식단이다. 물론 중국에도 뚱뚱한 사람이 많겠지만 하루 세끼 돼지기름으로 요리한 음식을 섭취하는 그들이 기타 국가에 비해 여러 성인질환 발병률이 높지 않은 것은 아마도 녹차와 양파 때문이 아닌가한다.

여기서는 그 중에서도 녹차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茶葉 味 苦甘(澁) 性 凉

(녹차는 맛이 쓰고 달고 떫다. 성질은 시원한 편이다.)

 

중국인들은 달고 느끼한 음식을 먹고 나서 꼭 녹차를 한 잔 마신다. 물론 대륙은 물이 탁해서 한반도처럼 생수문화권이 아니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녹차의 쓰고 떫은맛이 달고 느끼한 맛을 중화시켜 주기 때문이다. 바꿔 말해서 중국인들이 녹차 대신 그냥 물을 마셨다면 요리법도 느끼한 쪽으로 발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녹차는 위산 분비를 도와 소화를 촉진시켜주어 느끼한 걸 먹었거나 과식했을 때 진하게 먹으면 아주 좋다.

 

하지만 좋은 보약도 항상 부작용이 있는 법~!

 

莫喫空心茶 少食中夜飯

[막끽공심다 소식중야반]

 

이는 明心寶鑑[명심보감]에 나오는 내용이다. 해석하자면 "빈속에 차를 마시지 말고 밤중에는 소식해라."라는 말이다. 밤중에 많이 먹으면 소화도 잘 안될 뿐더러 숙면에 방해가 되고 몸에 노폐물이 쌓이게 되므로 안 좋다는 것은 모두 공감하고 있을 것이다. 이제 왜 빈속에 녹차를 마시면 안 좋은 지 설명하겠다.

 

아까 말했듯이 녹차는 달고 느끼한 음식과 어울리는 음료이다. 이는 서양인들이 달콤한 케이크를 먹으며 쓴 에스프레소나 아메리까노 커피를 곁들이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쓰고 떫은 맛이 달고 느끼함을 없애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녹차의 caffein이 위산 분비를 촉진하여 소화를 도우니 錦上添花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보자. caffein은 위산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에 위궤양이 있는 사람은 차나 커피 같이 caffein이 있는 식품은 금기시 되어있다. 위궤양 환자가 아니라할지라도 빈속에 caffein 섭취는 안 좋을 것이다.

 

게다가 녹차는 느끼한 음식을 먹고 나서 마시면 좋아서 "속의 기름기를 긁어 내린다."는 표현이 있을 정도이다. 고로 빈속에 먹으면 소화관에 무리를 줄 수 있다. 차의 쓴 맛과 시원한 성질 때문에 빈속에 먹으면 배고픔이 가중되고 속이 쓰릴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녹차는 성질이 치우치지 않은(平) 편이기에 약재로 거의 쓰지도 않고 무난하게 먹을 수 있는 식품이다. 하지만 우리 주위에 너무나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이기에 매일 접하게 되면 약보다 더 무서울 수 있는 것이다.

 

잘못된 양치질 습관 때문에 치과치료를 받는 사람들을 보라. 아무것도 아닌 우리들 일상생활 속의 버릇들이 하루하루 쌓이면 나중에 큰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래서 자주 접하는 친근한 식품도 조심해야할 필요가 있으며 이렇게 녹차의 금기 사항을 설명 드리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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