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 건강칼럼

해열제

두꺼비 한의원 2023. 12. 20. 12:08

감기에 걸리면 우리 몸은 체온을 올리려고 합니다.
체온은 보통 36.5도 내외지만
시상하부(hypothalamus)에서 set point를 올려
우리 몸은 춥다고 느끼는 동시에(惡寒[오한])
체온을 올리기 위한 반응을 합니다.(發熱[발열])
그 과정에서 근육이 떨려 몸살이 나기도 하죠. (體痛[체통])
오한발열체통을 합쳐서 表證[표증]이라고 합니다. 

세균이나 virus에 감염 되었을 때 체온을 올리는 것은 면역반응의 하나입니다. 
체온이 올라가면 세균과 virus가 죽게 되죠.
이를 한의학에서는 정기와 사기가 싸운다고 합니다.(正邪鬪爭[정사투쟁])
정기는 우리 몸을 지키는 기운, 사기는 외부에서 들어온 나쁜 기운 즉 병인을 뜻합니다. 

後漢末[후한말]의 의서 <傷寒論[상한론]>에서는
발열이 있어도 위와 같은 상황이면 열 내리는 약을 쓰지 마라고, 
그러다 죽을 수도 있다고 반복해서 경고합니다.
아마도 당시 오한발열이 있을 때 열이 난다는 이유로 열 내리는 약을 쓰는 경우가 많았던가 봅니다. 

후한말은 소빙하기로 오늘날보다 엄청 추웠고
그 때문에 농업 생산량도 폭락하여 각지에서 농민 반란이 일어나
많은 수가 전란으로, 굶주림으로 죽었던 시절입니다.
바로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 연의>의 배경이 되는 시대죠. 

물론 오늘날엔 난방도 잘되어있고 따뜻한 옷도 있고 영양상태도 좋기 때문에
추위 먹어서 죽기야하겠느냐만은 
(물론 노인분들은 감기나 독감이 폐렴으로 발전해 죽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여튼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오늘날엔 과거 <상한론>에서 비판하였던, 
열이 날 때 열을 끄는 치료법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열나면 해열제 쓰는게 일반적인 치료법이죠.
물론 아직 미숙한 소아의 경우 고열로 인해 위험해질 수도 있겠지만
그리 열이 심하지 않은 경우엔 해열제를 쓰지 않는게 좋으리라 봅니다. 

그리고 발열보다도 중요하게 볼 증상이 바로 오한입니다.
체온계로 체온을 쟀을 때 정상 체온인 36.5도보다 높더라도 오한이 있으면
우리 몸은 체온을 더 올리려고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발열 반응이 진행 중일 때 해열제를 써서 열을 끄게 되면 
우리 몸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약효가 떨어져 갈 때쯤 다시 체온을 올리려고 합니다. 
그래서 차라리 체온이 고점을 찍고 내려오도록 기다리는게 좋습니다.

체온이 몇도라도 오한을 느끼고 있으면 몸을 따뜻하게 하는게 좋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오한이 있는 경우 계피, 생강, 마황, 부자 등 몸을 따뜻하게 하는 약을 씁니다.
열이 고점을 찍으면 오한이 사라지고 땀이 나는 등 체온을 다시 내리려는 반응을 합니다.
(물론 오한발열이 있을 때도 땀이 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몸이 식지 않도록 땀에 젖은 옷을 자주 갈아입는게 좋습니다.) 

우리 몸이 체온을 올리려고 할 땐 분명 그 이유가 있으므로
억지로 열을 끄기 보다는 그것을 도와주는 것이 좀 더 자연스러운 치료법입니다. 
물론 상기한대로 소아의 경우 열이 너무 높으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필요에 따라 오한이 있더라도 해열제를 써야할 경우도 있겠죠.
(+열을 내리기 위해 젖은 수건으로 몸을 닦기도 합니다.)
보통 39도 이상이면 고열로 봅니다.

하지만 해열제는 위장 출혈을 유발하거나
간, 신장에 damage를 줄 수도 있기에 남용하지 말고 신중하게 써야합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경우 건강보험 제도 덕분에 
의료비 본인부담금이 국민소득 대비 무척 저렴한 편입니다.
또 OECD 국가들 중에선 인구 대비 의사 숫자가 적은 편이라고는 하나
그만큼 병원 시스템이 빨리 빨리 돌아가서 많은 수의 환자를 커버하고 있습니다.
후진국이나 미국처럼 의료복지가 부족한 국가 서민들은 아파도 참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의료복지가 잘되어있다는 영국 같은 나라들은 병원 예약하면 수일에서 수개월 기다려야합니다.
때문에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봤을 때 의료 접근성이 아주 좋은 편입니다.

물론 이게 분명 좋은 것이긴 하나
조금만 열나도 해열제 먹고 
조금만 아파토 진통제 복용하는 국민들이 많은거 같아 한편으로는 걱정입니다. 
소아 고열이 아니라면 너무 걱정하지 말고 
열나는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며
집에서 쉬던가 한약을 복용하는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치료법을 권해드립니다. 

ps- 
예전에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감기 환자가 오면 보리차를 처방한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대학병원은 환자들이 줄을 서기 때문에 경영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어찌 보면 원칙대로 진료할수도 있으나 환자들의 반발로 중단했다고 합니다. 

언론에서 우리나라 병의원들이 항생제 처방 많이 한다 이런거로 떠드는데
병의원 탓만할게 아닙니다.
약 처방 안하고 그냥 집에 가서 쉬라고 하면
진찰비 조금 밖에 안나오고 환자가 실망해서 다시 안올테니 병원을 유지할 수가 없습니다.
의료 수가 개선해서 약 처방이 아닌 진찰비로 적정 소득을 올릴 수 있게 조정해야함과 동시에
환자들도 소소한 발열 증상가지고 병의원 가서 약 처방해달라고 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두꺼비 건강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신건강] 루틴의 힘!  (0) 2024.04.06
[정신건강] 결정장애를 가진 분들께  (0) 2024.03.06
의사들이 선호하는 감기약, 소화제  (0) 2023.08.05
소화불량을 유발하는 식습관  (0) 2023.08.03
식체  (0) 2023.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