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의 추운 날씨에는 누구나 손발이 시릴 것입니다. 하지만 날씨가 풀리는 봄에도 남들은 괜찮다는데 유독 손발이 시려서 괴로운 분들이 계십니다. 남들이 보기엔 사소하다면 사소하다고 할 수도 있는 불편함이지만 그 괴로움은 당사자분들만 아시겠죠. 이번엔 이 손발 시림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손발 시림, 즉 수족냉증(手足冷症)의 원인은 한의학에서 크게 두 가지로 나눕니다. 기울(氣鬱)과 양허(陽虛)입니다. 기울은 ‘기가 울체되었다’, 즉 ‘기가 막혔다’는 뜻으로 생각을 너무 많이 하거나 화가 났을 때 생깁니다. 요즘 말로 하면 스트레스를 받는 상태죠.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sympathetic nervous system)이 항진되어 혈관이 수출되는데 이 때문에 말초 순환에 장애가 일어나 손발이 차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현대의학에서 말하는 레이노 증후군(Raynaud syndrome)도 여기에 포함되죠. 큰 병을 앓고 난 뒤나 갱년기 등 자율신경 조절에 문제가 생겨서 이렇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두 번째 원인인 양허(陽虛)는 양기(陽氣)가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여기서의 양기는 열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인간은 모두 병에 걸리지 않았다면 체온은 36.5℃로 거의 일정합니다. 열이 많은 사람도 있고 적은 사람도 있는데 이건 어떻게 되는걸까요? 열이 많은 사람은 체온 유지를 위해 열이 방출되는 기전이 많이 일어납니다. 물 많이 마시고 땀도 많이 흘리고 소변량도 많습니다. 또 혈액 순환이 체표 혈관(superficial vein)으로 집중되어 열 방출이 잘 일어나게 되어있죠. 이런 분들은 얼굴이 잘 빨개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입술도 빨갛고요. 반대로 열이 적은 분들은 체온 유지를 위해 열 방출을 억제해야 하므로 혈액 순환이 심부 혈관(deep vein)에 집중되게 됩니다. 피가 속으로 흐르기 때문에 피부의 충혈이 잘 일어나지 않는 특징이 있죠. 또 같은 이유로 말초(손끝, 발끝)로의 순환도 원활하지 못하여 수족 냉증이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손발 시림의 치료법은 기울과 양허 두 경우 모두 공히 손끝, 발끝의 말초 순환이 잘되도록 침과 뜸으로 치료를 합니다. 그리고 기울, 즉 스트레스가 원인인 경우에는 시호, 작약, 지실 등 기가 울체된 것을 해소하는 약을 쓰고 양허가 원인인 경우에는 부자, 건강(생강 말린 것) 등으로 인체의 열 생산을 촉진하는 약을 쓰게 됩니다. 부자의 경우 동물 실험으로도 그 효과가 증명되었는데 한랭 환경에서 실험에 쓰인 병아리 절반이 죽는 시간을 측정했는데 부자 달인 물을 먹인 병아리들이 그렇지 않은 대조군 병아리보다 생존 시간이 월등하게 길었습니다.
손발 시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실 수도 있지만 오래 방치하여 악화되면 손끝, 발끝이 시리다 못해 저릴 수도 있고 겨울엔 동상의 위험도 있으므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합니다. 증상이 오래되었다면 그만큼 치료도 오래 걸리겠지만 많은 경우 4~5회의 치료 후에 증상의 경감이 나타납니다. 보다 나은 삶을 권해드립니다. 망설이지 마시고 치료 받으시길 바랍니다.